롤렉스를 팔기까지의 1년, 후회는 없었다

롤렉스를 처음 샀을 때를 아직도 기억해. 그 반짝이는 다이얼, 묵직한 무게감, 손목에 감기는 감촉 하나까지도. 그건 단순한 시계가 아니었어. 어쩌면 그땐 나도 몰랐을지도 몰라. 그 시계를 찼던 건 ‘성공’의 상징이자, 스스로에게 준 보상이었지. 하지만 그걸 팔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의 1년 동안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은 걸 깨달았어. 이 글은 바로 그 이야기야.


처음에는 ‘절대 안 팔 거야’라고 다짐했었다

롤렉스를 처음 손에 넣었을 땐 진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어. 데이저스트였고, 은색 다이얼에 오이스터 브레이슬릿. 클래식하면서도 튀지 않고, 그냥 ‘이건 진짜다’ 싶은 시계였지.

사실 말하자면, 그 시계는 단순히 ‘시계’가 아니었어. 그걸 사기 위해 몇 년을 모으고, 일도 더 뛰고, 진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거든. 그래서 그걸 팔 생각은 단 1초도 없었지. 심지어 친구들이 “나중에 오르면 팔아야지~”라고 해도, 나는 항상 말했어. “나는 절대 안 팔 거야. 이건 나한테 의미가 달라.”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왜 가지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계를 사고 6개월쯤 지나니까 시계보다 ‘보관’이 더 신경 쓰이더라고. 손에 차고 나가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무슨 일 있을까봐 괜히 겁나기도 했어. 지하철 탈 때, 술자리 갈 때, 여행 갈 때마다 결국 시계는 집에 두고 가게 되더라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이걸 왜 샀더라?”라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그때도 여전히 멋졌고, 시계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긴 했지만, 실용성과 감정 사이에서 점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거지.


시계보다 돈이 더 간절했던 시기

그러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생겼어. 사업이 조금 꼬이기도 했고, 생활비도 빠듯해졌지. 그럴 땐 사람 마음이 참 단순해지더라. 평소엔 그 어떤 것도 줄일 수 없던 내가, 커피값까지 아껴보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롤렉스가 다시 눈에 들어왔어. 이번엔 ‘멋진 시계’가 아니라 ‘현금’으로 말이야.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어. 처음엔 “잠깐 맡겨두고 담보로 돈만 좀 빌릴까?”라는 생각도 했었고, “지금 팔면 손해 아니야?”라며 머뭇거리기도 했지.


진짜 ‘팔기로’ 마음먹기까지

그러다가 어느 날, 거울 앞에서 시계를 찼는데… 예전처럼 기분이 막 좋아지지 않더라. 그냥, 이젠 없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게 결정적이었어. 무리해서 억지로 유지하려는 내 모습이 어쩐지 나답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그 시계의 ‘하인’처럼 느껴지기도 했거든.

그래서 그날 바로 롤렉스 중고 거래 전문 매장에 예약을 잡았어. 직원은 엄청 능숙하게 상담해줬고, 내가 생각했던 가격보단 조금 낮았지만 시장가치에 비해 크게 손해보진 않았어. 시계를 건네줄 때, 살짝 아쉬운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속이 후련하더라.


팔고 나서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 줄 알았는데

사실 시계를 팔고 나면 뭔가 텅 빈 느낌일 줄 알았어. 내가 애지중지했던 물건이고, 꽤 비싼 물건이니까. 근데 오히려 정반대였어. 뭔가 마음 한켠이 가벼워졌달까? 매달 카드값, 눈치 보며 시계 차던 나날들에서 벗어난 기분이었지.

게다가 현금이 생기니까 급했던 부분도 해결됐고, 작은 투자도 할 수 있었어. 삶이 더 여유로워졌고, 실속을 챙긴 느낌이 들었어. 이상하게 그 시계 없이도 불편한 게 전혀 없더라고. 그 시계가 내 삶의 전부가 아니었단 걸, 팔고 나서야 알게 된 거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아깝다” vs “현명했다”

재밌는 건 시계 팔았다고 하니까 반응이 반반이었어. “에이, 그거 계속 갖고 있었으면 더 올랐을 텐데!” 하는 사람도 있었고, “잘했어. 명품보단 현실이지.” 하는 사람도 있었지.

근데 그 반응들마저도 이제는 그냥 흘려보낼 수 있어. 왜냐면, 그건 그들의 삶이고 이건 나의 선택이니까. 중요한 건 나한테 그 시계를 유지하는 게 스트레스였다는 거, 그리고 지금은 훨씬 더 편하다는 거야.


다시 롤렉스를 살까? 글쎄, 지금은 아니야

누군가는 물어볼 수도 있겠지. “그럼 다시 돈 생기면 롤렉스 살 거야?” 글쎄. 지금은 잘 모르겠어. 물론 언젠가 다시 시계에 대한 로망이 생길 수도 있어.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런 욕심보다 ‘가벼운 손목’, ‘실용적인 소비’가 더 마음에 들어.

그리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롤렉스를 사는 것도, 파는 것도 다 그 사람의 선택이라는 거. 그걸 후회 없이 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 선택에 책임지는 자세가 더 중요한 거지. 나는 팔고 나서 그걸 배웠어.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롤렉스를 팔기까지의 1년은 단순한 ‘소유’에서 ‘정리’로 넘어가는 과정이었어. 그 안에는 집착도 있었고, 기대도 있었고,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지. 하지만 결론은 명확해. 나는 후회하지 않아. 오히려 내 삶이 더 나아졌어.

혹시 이 글을 읽는 너도 무언가를 놓을지, 계속 가질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한 가지 말해주고 싶어. 너의 선택은 틀리지 않아. 중요한 건 왜 그걸 가지고 있거나, 왜 그걸 내려놓으려 하는지를 스스로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거야.

내가 롤렉스를 팔았던 진짜 이유는… 그게 더 이상 ‘나’를 대변해주지 못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나답게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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